초반, 동생이 데려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네 갭니다.

멍멍 하고 우는 갭니다.


동생이 두어달 전이었나 개를 한 마리 입양했습니다.

종은 사모예드, 이름은 레옹(개인적으로는 외자 이름을 짓길 바랬습니다만 지분율이 떨어지느라)

착하고 사람 말도 나름 잘 듣고 귀여운, 썰매개의 한 종류입니다.


그런 개를 동생 사정상 잠시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호기롭게 맡아주겠다! 외쳤지요.


심심하다 주인놈아 놀아달라


역시나 귀여웠습니다.

하지만 보는 것과 직접 키우기는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지요.

애초에 사모예드가 호기심 많은 종인데다, 이 녀석이 새끼에 이가 자라는 시기에다, 또한 썰매개라서 굉장히 활동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정상 방을 비우게 되면 개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몇일 동안 집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스피커, 헤드셋, 가스 지로 요금표, 전기 플러그, 빈 사발면 그릇, 개밥그릇으로 쓰던 다이소 2천원짜리 유리그릇까지...

(대소변은 그래도 똑똑하게 잘 가리는 편이라 다행이었습니다만)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새벽에도 산책을 시켜주었고, 밥 먹고 물 마시고 나서면 언제 똥을 싸나 오줌을 싸나 걱정이었고(잠시 맡아뒀던 터였던지라 배변판이건 울타리건 다 있을리가 만무했지요) 털은 무지막지하게 날리고...저는 제 자취방이 아닌 개 우리에 같이 갇혀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난장을 쳐 놓고 위풍당당하던 네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결국 손을 들었지요, 돈을 좀 쓰고 펫시터 하시는 분께 맡기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몇일만에 저를 떠나게 됐습니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아무튼 몇일간은 정말 , 정말 스트레스였습니다.

무엇보다 좁았던 자취방이 제일 큰 문제였겠지요. 

다음에 볼 때는 좀 넓은 고향집이나 다른 곳에서 여유롭게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왼쪽은 지금 개를 맡아주시는 분의 개입니다레옹, 큰녀석한테 깝치지 말고 당분간 얌전히 잘 지내고 있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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